조선 후기 환도 패용 방법에 관한 간단한 글
요 몇년 사이 제법 많이 방영되고 있는 TV 사극을 보면 무장들이 많이 나오는데...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던...후삼국시대나 고려, 조선을 배경으로 하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칼을 허리에 꼽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다는 점.
사실 TV 사극(영화도 마찬가지지만...)에서 전통 군사쪽의 고증이 엉망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궁협회에서 줄기차게 서양사법에 대해 지적하건만 묵묵부답이다(최근 사극에서는 그나마 '쪼금' 나아진 듯 하긴 하다)
사극 소품 담당자의 무신경(혹은 무지식)인지 PD의 무신경인지 정말 알고 싶다.(아니면 아예 고증이란 개념 자체가 없는 걸까...)
소품용 칼집에 허리에 묶기 위한 고리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리가 왜 달려 있는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ㅡㅡ;;;
하여튼 일반적인들이 머리에 떠 올리는 칼을 허리띠에 푹 찔러 넣어서 패용하는 방식은 일본도의 패용 방식이다. 일본도 중에서도 주로 전국시대 말기에 나온 打刀라는 칼의 패용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대략 이런 모습...)

그럼 조선시대에는 환도를 어떻게 패용했을까?
일단 조선 전기는 확신할 수 없다.
시작부터 썰렁하지만... 조선 전기의 경우 찾아 낸 기록이 적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칼이나 칼집 유물이라도 남아 있으면 대략이나마 알 수 있겠지만...현재 남아 있는 칼 유물 중 조선 전기의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있다면 좀 알려주시길~)

조선 전기 기록 중 유일하게 조선 전기 환도의 모양을 알려주는 그림은 '세종실록 의례'의 '군례서례 병기편'에 나오는 조선초기 검(환도) 그림이다.

(그림에서는 '검'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모양은 전형적인 '刀'의 모습으로
조선전기에는 검과 도의 용어구분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칼집에 두 개의 고리가 있고 그 고리에 띠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일단 고리의 띠를 이용하여 허리띠에 묶어 고정하는 형태일 것이라 추정된다. 이 방법은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공통 패용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칼자루의 위치이다.
칼자루의 위치가 왜 문제냐 하면...
조선 중기 이후 환도 패용의 일반적인 방법은 칼자루가 뒤로 가게 해서 허리 부근에 휴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조선 후기 그림을 통해 환도의 패용 위치 및 방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마지막 그림은 일본과 조선의 칼 패용 방법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은 손잡이 부분을 뒤로 가게 패용하고 있는데 일본식 패용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칼자루가 뒤로 가게해서 휴대하는 것이 상당히 어색하게 보이겠지만 청나라와 유럽에서도 동일한 패용방법이 있었다고 하니 비실전적이거나 비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청나라 무사 그림)

칼자루를 뒤로 가게 패용한 함으로써 일본 거합도와 같은 신속한 발도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편한'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조선이나 청 모두 칼보다는 활을 더 많이 사용하고 중요한 공격무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들에게는 '검술'에 대한 '동경' 내지 '환상'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조선은 '활의 나라'였지 '칼의 나라'가 아니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활이었고 가장 잘 쓰는 무기 역시 활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온통 있지도 않았던 '검법' '검술' '검술의 숨은 고수'에 대한 환상 속에 살고 있다.

위의 그림을 보면 대부분 칼과 함께 활과 화살을 같이 휴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손잡이가 뒤로 가게 패용함으로써 활을 쏠 때 칼손잡이가 걸리적 거리지 않은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런 패용법이 조선 전기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인지 여진(청) 등의 북방민족의 패용법이 상호교류 속에 조선으로 수입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동북아시아의 보편적인 패용법인지는 조금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조선 후기 환도 패용방법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식환도 패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아래 그림에 보이는 띠돈이란 장치이다. 이 띠돈에 의해 환도를 돌리기가 쉬어져 칼자루가 뒤에 있는 상태에서도 간단하게 앞으로 돌려 발검이 가능하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허리끈을 이용하여 이런 식으로 패용)
(무예24기 최형국님 홈피에서 사진 한 장...)

위 사진의 패용법이 '100% 정확하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위 사진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환도의 발검 방법은...생각보다 간단하고 빠르다...;;;
뒤로 향해 있는 칼을 앞으로 살짝 돌려 놓은 후 발검... 자세한 방법은 아래 그림을 참고...

(환도 돌리기 연속동작 캡쳐. 역시 무예24기 최형국사범의 시범동영상인데...
벩하님이 캡쳐한 것 재인용)


일부에서는 등뒤로 돌려 어깨 위로 뺀다는 의견도 있지만...환도를 허리 부근에 패용하던 조선 중기의 경우에는 그런 방법은 무리가 있다.

조선 말기로 넘어오면서 환도가 보조무기로서의 역활마저도 줄어들게 됨에 따라 단순히 의장용이나 '격식'에 맞추기 위해 휴대하게 됨에 따라 환도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져 중도(中刀) 이하의 길이가 되었고 의복의 변화에 따라 허리끈이 허리에서 가슴께로 올려감에 따라 환도의 패용 위치도 따라 올라가 거의 겨드랑이 밑에 오도록 패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됩니다.



(조선 말기 무관)


위 그럼처럼 환도가 겨드랑이께로 올라간 상황이라면 어깨 위로 해서 칼을 빼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서울에서 여러 궁과 사대문에서 수문장 교대 의식이 재현되고 있는데 그 중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은 치밀한 고증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 재현식...'세종실록 의례'의 '군례서례 병기편'에 환도를 잘 재현했다.)
(사진은 SLR클럽의 !~김효섭~! 님의 사진 중 일부임)
 
궁 안의 시위나 병사들이 손에 칼을 들고 다니는 사극보다 훨씬 '뽀대'나지 않은가? 환도에 줄 하나 추가해서 허리에 묶는 것이 제작 비용을 상승시키면 얼마나 상승시키겠는가?
이제 사극 PD나 소품담당자들도 '개념'을 좀 챙겨주길 바란다.

P.S : 띠돈을 이용한 칼 패용 방식은 조선 시대 여러 패용 방식 중 하나로 이것이 절대불변의 원칙이란 의미는 아니니 이 점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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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ki | 2007/09/23 15:35 | 전통 군사사 관련 잡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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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ert at 2007/09/24 14:18
오...드디어 띠돈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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