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은 왜 조선을 병합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잡설
#. 카페에 올렸던 글 재탕입니다.

1. 청은 조선을 병합하지 못한 것인가? 안한 것인가?

못했다기 보다는 안 한 것...혹은 그럴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못해서 안한 것하고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그럼 왜냐?
조선을 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이 적기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후금 초기나 청 초기 상황을 봐서는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후금과 청이 조선을 침입하여 맺은 강화조약에 따른 조선의 조공물자와 그 부산물로 얻게 된 압록강 주변의 개시(시장)는 당시 경제난에 허덕이던 청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물론 그정도 이익을 가지고 대규모 전쟁을 벌이기에는 부족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청(후금)이 조선을 병합하지 않은 이유는 굳이 병합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후금이 세워질 당시부터 후금은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국제외교관례인 조공-책봉 관계를 정확히 인식했고 그것을 조선에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청(후금)은 조선은 병합의 대상에서 벋어나 있는 외방의 국가라는 개념을 확실히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몽골-신장-티베트의 경우는 넓은 의미로 봤을 때 동북아시아의 유목민족으로서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문제와 연관하여 몽골, 티베트 쪽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청이 몽골-신장-티베트를 점령하게 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군사-정치적인 이유에서 입니다. 같은 유목민족으로 아직 한가닥하고 있고 언제든지 뭉치면 청제국을 위협할 수 있는 몽골을 제어해야 하는데 당시 몽골은 티베트와 군사-종교적인 연대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몽골과 티베트를 다 점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령당한 이후에도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청 제국의 일원으로 편입됩니다. 그래서 청의 구조를 중국-몽골-티베트의 연합국가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청의 황제는 몽골에 있어서는 대칸을 자청했고, 티베트에서는 전륜성왕을 자청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제국이 몰락한 이후 티베트나 몽골, 신강 지역의 나라들은 독립을 자처하게 됩니다. 자신들은 '청제국'의 일원이었지 '한족'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청을 정복국가로 규정하지만 이것은 중국쪽의 시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복국가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를 모두 정복하고 그 위 군림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라는 것이죠. 청이 역대 중국정부로는 최대의 영토(원제국 예외)로 확장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출발점이나 지향하는 나라체제가 한족 국가와 다른 특성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청은 조선은 그들의 통일사업과는 무관한 별개의 국가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청의 입장에서는 조공국으로서의 위치만 확실히 다져놓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2. 그럼 무력으로 병합할 수 있었을까?

물론 병자호란 등의 기회에 조선을 병합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중국도 통일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선에 전력을 쏟아붙는 것은 청으로서도 부담감이 컸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속전속결로 인조의 '정치적 투항'만 받고 돌아간 것을 겁니다.이전 시기 고려와 이전투구를 벌이다가 대륙진출에 실패했던 요나라의 예를 알고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조선이 병자호란 이후에도 계속해서 청에 군사적인 위협을 가했을 경우(효종의 북벌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되었을 경우)는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중국 통일이 완성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강희제나 건륭제가 보여준 해외원정의 사례를 보았을 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겠죠...결국 IF놀이로 빠지는 건...;;;
물론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는 청의 베트남 원정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형식적인 조공국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전쟁을 종결한 사례도 있기는 합니다만... 역사란 알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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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ki-我行 | 2008/03/11 23:13 | 역사 관련 잡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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