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까는 글을 쓸 때에도 막되먹게 까지 않고 비교적 중용의 도를 지키는 편이고...비판이 힘든 영역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비판하는 것이 존경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이 책 역시 비판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회장이라는 호칭은 따로 붙일만한 명칭이 없어서 그나마 무난한 듯 해서 붙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보다 나이가 훨씬 위이니...)에 대한 책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책은 대부분 낯 간지럽기 그지 없는 '용비어천가' 위주라서...
물론 이 책 역시 기존의 다른 책처럼 신랄하게 까지는 않습니다. 그냥 여러 분야에 걸쳐 '인간' 이건희란 대략 이런 사람은 아닐까 하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마음먹고 깔려면 삼성차 채권단 문제라던가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경영권 불법 승계, 무노조 경영 등에 대해 물고 늘어질 수도 있지만 의외로 이 부분은 그냥 대략 살펴 보고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책은 '이건희 개혁 10년'을 예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나쁜' 기억들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흡사 삼성 홍보실에서 만든 '위대한 수령' 이건희 회장에 대한 하악하악 내용 뿐이라 읽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초인적인 능력에 대한 경외심보다는 반감만 생겼습니다(반골기질이라 그런지 아니면 누구 말마따나 못 가진 자의 자격지심일지도...ㅋ)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일등 공신이라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만... 그 책 내용대로라면 지금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없어지는 순간 망할 수 밖에 없는 아주 구조가 취약한 회사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듭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희 없는 시대를 위해 그 아들인 이재용 상무(요즘은 직책이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편의상...)가 이건희 회장만큼 '천재' 혹은 '영재'여야 합니다. '이건희 개혁 10년'에서는 이재용 상무 역시 아버지 못지 않은 '천재'이기 때문에 경영권 세습이 별 문제 없다는 식이었습니다만...
본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지만 삼성이 '신경영'을 선언한 다음에도 이건희 회장의 지시가 아래까지 전파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답답해 하는 심정을 엿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이건희 회장의 '천재성'을 강조하기 위한 낚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경영을 선언한 다음에도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과정은 이건희 회장 혼자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세종대왕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습니다(이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더군요)
태조이자 태종이었던 이병철 회장, 우연히도 이건희 회장도 3남. 위로 패기있는 첫째 형과 둘째 형이 있음에도 이들을 제치고 왕세자가 된 후 20년에 걸친 혹독한 경영수업... 혼자 고독하게 삼성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경영하는 모습이 마치 상왕으로 모시고 왕 노릇 해야 했고 신하들의 반대와 냉대 속에 한글을 만들었던 세종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혹독한 경영수업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에 대해서는 너무 오냐오냐 키우고 있는 모습까지 문종과 단종에 대한 세종의 지극한 사랑과 닮아 보인다면 닮아 보입니다. 물론 그러한 과도한 자식 사랑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경영권 세습과 관련된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죠.
어쨌든...
이 책은 무노조 경영 문제, 재산 상속 문제, 사회와의 소통 부재 등...여러 주제에 대해 '인간' 이건희 회장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고 분석하였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건회 회장과 삼성에 대해 사회와의 '소통'에 대해서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데...삼성을 가르키는 말 중 대표적인 것이 '관리'의 삼성이라는 표현입니다. 이제 그 관리의 영역이 단순히 그룹 차원을 넘어 각종 사회 문제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 보입니다. 고려대 사태와 각종 반 삼성을 기치로 내세운 시민단체에 대해 삼성의 '관리' 방법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으며 최근 밝혀진 정부 권력권에 대한 관리력은 사회를 경악시켰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일부에서는 이제 삼성이 어느정도 '개혁'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기도 했습니다만... 오히려 이 사건은 그동안 삼성의 어두운 면이자 짐이었던 불법 비자금에 대해서 깔끔하게 처리되는 계기가 되어 삼성 입장으로서는 전화위복이 되어 버린 인상이 강해졌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이건희 회장이 '재계 은퇴'를 선언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한번 은퇴했다고 영원히 컴백 안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물론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걸 툴툴 털고 진심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근 삼성의 행보를 봐서는 그럴 것 같지는 않군요.
아무튼... 이건희 회장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라면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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